을지로 야장, 웨이팅 570팀인데 왜 불법이라는 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

을지로 야장이 ‘서울미래유산’에서 ‘불법 영업’으로 바뀐 날

을지로 야장은 원래 합법이었다. 2015년 서울시가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고, 중구청은 2017년 5월 17개 호프집에 도로점용 허가를 내줬다. 야외 테이블을 깔고 맥주를 파는 게 공식적으로 허용된 거다.

그런데 2022년, 을지로 일대에 재개발이 확정되면서 상황이 뒤집어졌다. 중구청은 그해 11월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옥외영업 도로점용 허가를 취소했다. 2023년 7월에는 매일 밤 8시부터 11시까지 운영되던 ‘차 없는 거리’마저 해제됐다.

결과는 참혹했다. 하루 2번 단속이 나오고, 야외 탁자를 강제로 수거당하거나 과태료를 맞는 상인들이 속출했다. 에이스호프 사장은 “매일매일 야장 단속 나오고, 주말이나 평일이나 똑같다”고 했다. 벌금이 쌓여도 야장을 안 깔면 장사가 안 되니, 깔면 단속, 안 깔면 폐업이라는 진퇴양난에 빠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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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원조집이 쫓겨나고 만선호프가 7개로 불어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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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1일, 노가리 골목의 시초 ‘을지OB베어’가 강제 철거됐다. 1980년 개업한 이래 42년간 같은 자리를 지킨 곳이었다. 생맥주집에 노가리 안주를 처음 도입했고, 2018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백년가게’로 지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철거 배경이었다. 을지OB베어 건물 지분 대부분을 매입한 사람이 바로 맞은편 만선호프 사장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만선호프는 골목 안에서 급속도로 확장했다. 2024년 기준 맥줏집 14곳 중 7곳에 ‘만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원조 만선호프, 만선호프 IV, 만선 스카이라운지…” 방문객들은 “골목이 다 망한 것 같다. 만선호프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에서 올라온 28살 방문객은 “예전엔 비좁게 지나다닐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는데, 이젠 아무것도 없고 흥이 나지 않아 다른 곳에 간다”고 했다.

한 업체가 골목 전체를 삼키면서 다양성이 사라졌고, 그게 발길을 줄였고, 발길이 줄자 중구청은 더 이상 차 없는 거리를 유지할 이유를 못 찾았다. 골목 죽음의 연쇄 반응이 여기서 시작된 거다.

노가리 골목 절반이 33층 빌딩으로 바뀐다는 건 무슨 뜻인가

2024년 4월, 서울시는 을지로3가역 인근 노가리 골목 중 절반을 재개발한다고 확정했다. 지상 33층 업무시설 1개 동이 들어선다. 이미 청계천 쪽 수표구역 재개발은 2022년에 시작됐고, 을지로3가구역 제12지구 신축공사는 2026년 9월까지 계속된다.

2026년 4월 현장 르포에 따르면, 노가리 골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노포 맥줏집이 아니라 철제 가림막에 둘러싸인 공사장이었다. 바닥에 새겨진 ‘서울미래유산 지정’ 표식은 먼지에 뒤덮여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에이스호프 사장은 실내에서도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공사 먼지가 가게 안까지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뒤에도 재개발, 옆에도 재개발. 여긴 3~4년 안에 완전히 없어질 거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해놓고, 재개발로 밀어버리는 상황. 보존하겠다고 약속한 건 서울시였고, 철거 결정을 내린 것도 같은 행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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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인 걸 알면서도 570팀이 줄 서는 이유가 뭔가

2025년 하반기, 을지로 달맞이광장바베큐 앞에 야장 대기 570팀, 홀 대기 103팀이 찍혔다. 캐치테이블 웨이팅 번호 999+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6년 3월 야장 오픈 첫날에는 평일 저녁 6시 기준 200팀 이상이 대기했다.

식품위생법 제36조와 37조는 영업 공간으로 신고하지 않은 야외 테이블 영업을 금지한다. 위반 시 10만~150만원 과태료, 반복 시 영업정지 최대 30일이다. 대부분의 야장은 불법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몰리는 건, 야장이라는 경험 자체가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날씨가 야장 즐기기 제일 좋다. 조금만 더 더워지면 밖에서 먹기 힘들어지니까 지금 나와야 한다”는 말이 현장에서 반복됐다. 업주 입장에서도 “과태료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특정 업주 입장에서는 과태료 처분을 받더라도 영업을 강행하는 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했다. 단속 인원은 양 구청 모두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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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은 창문을 못 열고, 상인은 문을 못 닫는 상황

야장 논란의 다른 축은 주민이었다. KBS 보도에서 인근 주민은 “술 많이 마신 사람들이 소리 지르는 게 새벽 12시 반까지 들린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창문을 못 연다. 너무 시끄러워서 반대편으로 이사했다”고 증언했다.

2026년 4월 기준 중구에는 일주일 평균 50건 안팎의 야장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성북구는 주 2회 야간단속에 더해 주말 합동단속반까지 구성했다. 종로구는 야장을 아예 제도화하려는 시도를 했다. 2023년부터 ‘돈화문로11길 상생거리 조성사업’을 통해 도로점용과 옥외 영업 허가 기준을 만들고, 비공식 노상 영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 한 거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렸다. 서울시립대 이희정 교수는 “무조건 불법으로 접근하기보다 지역 주민과 상인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고, 인천대 서종국 교수는 “상생 협약을 전제로 하되 어기면 확실한 패널티가 따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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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는 2023년 서울 자치구 최초로 ‘식품접객업 옥외영업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단속 끝나면 다시 깐다”는 말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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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야장의 진짜 문제는 ‘낭만’이 아니라 ‘소유’였다

정리하면 이렇다. 을지로 야장은 단순히 “밖에서 맥주 한잔” 문제가 아니었다. 서울미래유산 지정 → 힙지로 열풍 → 건물 가치 상승 → 만선호프 건물 매입 → 을지OB베어 철거 → 골목 다양성 소멸 → 재개발 확정 → 야장 금지 → 상권 붕괴. 이 순서가 하나의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골목이 유명해지면 땅값이 오르고, 땅값이 오르면 원래 있던 가게가 밀려나고, 밀려나면 다양성이 사라지고, 다양성이 사라지면 사람이 안 오고, 사람이 안 오면 재개발이 쉬워지는 패턴. 젠트리피케이션 연구자 구본기 소장은 이걸 “소유권을 가지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결국 노가리 골목에서 벌어진 일은, ‘누가 이 골목의 주인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건물주’밖에 없었던 사회의 단면이었다. 40년 장사한 가게도, 서울미래유산이라는 타이틀도, 매일 밤 줄 서던 손님 수백 명도, 소유권 앞에서는 아무 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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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Q1. 을지로 야장은 지금 완전히 불법인가?
중구는 2022년 11월부터 옥외영업 도로점용 허가를 취소해 사실상 불법 상태다. 다만 종로구는 일부 구간에 대해 조례를 통한 제도화를 시도 중이고, 사유지 위 테이블은 합의 하에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Q2. 달맞이광장바베큐 웨이팅이 500팀 넘는다는 게 사실인가?
사실이다. 2025년 하반기 기준 야장 대기 570팀, 홀 대기 103팀이 기록됐고, 2026년 오픈 시즌에도 캐치테이블 999+ 대기가 찍혔다.

Q3. 을지OB베어는 왜 철거됐나?
건물 지분을 매입한 만선호프 측과의 임대 분쟁이 원인이었다. 2020년부터 6차례 강제집행 시도 끝에 2022년 4월 최종 철거됐다.

Q4. 노가리 골목은 완전히 사라지나?
절반은 33층 업무시설로 재개발이 확정됐다. 만선호프 등 일부 가게는 재개발 구역 밖이라 존속하지만, 골목 전체 분위기는 이미 크게 달라졌다.

Q5. 야장이 합법화될 가능성은 있나?
종로구 ‘상생거리 조성사업’처럼 조례를 통한 부분 허용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처럼 관리형 야외 영업 문화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지만, 전면 합법화 논의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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