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엽,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2015년 10월 20일. 7인조 보이그룹 엠크라운이 데뷔 무대에 섰다. 데뷔곡 ‘대도무문’. 루안, 제이크, 주엽, 엘빈, 태건, 재혁, 라온. 일곱 명의 이름 중 하나가 신주엽이었다.
같은 해, 같은 무대를 밟은 또 다른 신인 그룹이 있었다. 트와이스였다. 둘 다 2015년에 데뷔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한쪽은 월드 투어를 돌고 있고 한쪽은 왕십리에서 삼겹살을 굽고 있다.
소속사는 스타프로엔터테인먼트. 3년간의 연습 기간을 거쳤지만, 그룹은 데뷔 이듬해인 2016년 해체됐다. 1년도 채 버티지 못했다.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재혁은 14U로 재데뷔했다가 또 해체당했다. 루안, 라온, 태건은 Challenger라는 그룹으로 다시 도전했다. 결과는 같았다. 그 와중에 신주엽은 조용히 군대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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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꿈이 끝난 사람은 대체 뭘 하고 살까
이게 궁금한 사람이 많았다. 데뷔도 못 하고 사라진 연습생, 데뷔는 했지만 1년 만에 그룹이 없어진 아이돌. 그들의 이후 삶은 어디서도 다루지 않았다. 신주엽이 군대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전역 이후 그가 택한 길은 완전히 달랐다.
고깃집 직원이 됐다. 아이돌 시절 번 돈과 군 복무 중 모은 돈을 합쳐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창업하지 않았다. 1년간 다른 고깃집에서 일하면서 고기 굽는 법, 원가 계산, 상권 분석을 전부 직접 배웠다. 벤치마킹도 했고 브랜드 연구도 했다. 무대 위에서 춤추던 사람이 앞치마를 두르고 불판 앞에 선 거다.
그리고 2022년경, 서울 왕십리에 ‘삼십육’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돼지고기 숙성육 전문점이었다.
왜 하필 돼지고기였을까, 소고기가 아니라
보통 고깃집 창업하면 소고기를 떠올린다. 마진이 높고 객단가도 세다. 그런데 신주엽은 돼지고기를 골랐다. 이유가 있었다. 소고기보다 맛있는 돼지고기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기준이었다.
대통령상을 받은 경남 지역 돼지농장에서 원육을 직접 선별했다. 거기에 336시간, 약 14일 동안 저온 건조 숙성을 거쳤다. 일반 삼겹살이 아니라 숙성을 거친 프리미엄 돼지고기. 결과는 확실했다. 누린내가 없고, 고소하고, 촉촉했다. 명지 대파, 경남 의령 새송이 버섯 등 각 지역 특산물도 함께 사용했다.
가격대는 삼겹살 180g에 18,000원. 돈마카세 코스가 56,000원. 일반 고깃집보다 비쌌지만, 사람들은 줄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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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매출 4천만 원, 김희선 단골이라는 소문까지
삼십육 고깃집의 월 매출은 약 3000만~40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왕십리라는 상권에서 돼지고기 단일 매장으로 이 숫자는 꽤 놀라운 편이었다. 여기에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배우 김희선이 단골이라는 사실이 퍼진 거다.
소셜미디어에서 “김희선이 다닌다”는 후기가 올라오면서 ‘연예인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사장이 전직 아이돌이라는 사실까지 겹치면서 호기심이 폭발했다.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그릴링 서비스도 화제였다. 아이돌 출신 사장이 손님 앞에서 고기를 굽는 장면이 영상으로 퍼져나갔다.
“얼굴 보고 왔는데 고기가 진짜 맛있어서 재방문했다”는 리뷰가 쏟아졌다. 얼굴값이 아니라 고기값으로 승부한 셈이었다.
2015년 엠크라운이 1년 만에 해체된 진짜 상황은 뭐였을까
이건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진 적이 없다. 소속사 스타프로엔터테인먼트는 소규모 기획사였다. 데뷔곡 대도무문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고, 부산일보와 한밭일보 같은 지방 언론에서 데뷔 소식을 다뤘다. 하지만 음원 차트 성적은 전무했고, 방송 출연 기회도 거의 없었다.
K팝 시장의 현실은 냉정했다. 같은 해 데뷔한 트와이스는 JYP의 막대한 투자와 오디션 프로그램 ‘식스틴’의 화제성을 등에 업었다. 반면 엠크라운은 이름조차 알리지 못한 채 시장에서 밀려났다. 기획사의 자금력, 방송 인맥, 마케팅 역량. 이 모든 것이 부족했던 상황이 해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멤버 7명 중 연예계에 남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안에서 신주엽만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이름을 되찾았다.
아이돌 연습생 시절이 고깃집 운영에 도움이 됐다고?
이상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그랬다. 유튜브 ‘인생은 기세다’ 채널에 출연한 신주엽은 이런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열심히 해봤던 사람이 성공할 줄도 안다”는 거였다. 3년간의 연습생 생활, 매일 새벽까지 반복되는 안무 연습, 평가받는 것에 익숙해진 멘탈. 그게 고깃집 운영에서 고스란히 쓰였다는 얘기였다.
상권 잡을 때 모든 수를 직접 계산했다. 원가, 임대료, 유동인구, 객단가.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접근했다. 직원 교육도 까다롭게 했다. “어린 것 같은데 깐깐하고 일 잘하는 사장님”이라는 평가가 소셜미디어에서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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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와 신주엽, 10년 뒤 갈라진 두 개의 인생
2015년이라는 같은 출발선. 트와이스는 K팝 역사에 이름을 남겼고, 엠크라운은 나무위키에 짧은 문서 하나만 남겼다. 보통이라면 여기서 끝이다. 실패한 아이돌의 이야기는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신주엽은 다른 결말을 만들었다. 무대가 아니라 주방에서. 마이크 대신 집게를 들었고, 팬 대신 손님을 만났다. 월 매출 4천만 원이라는 숫자는 웬만한 중소기업 직장인 연봉보다 높다. 336시간 숙성이라는 기술은 아무나 흉내 내기 어렵다. 결혼도 했고, 가정도 꾸렸다.
실패한 아이돌이라는 꼬리표는 이제 “전직 아이돌 사장님”이라는 콘텐츠가 됐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서 그의 이야기는 “아이돌은 실패했지만 고깃집으로 성공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퍼지고 있다. 실패가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매출이 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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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 삼십육이 그냥 고깃집이 아닌 이유
삼십육이라는 이름에도 의미가 있었다. 숫자 36은 336시간 숙성에서 따왔다. 고기를 336시간, 즉 14일 동안 저온에서 건조 숙성하는 방식이 이 가게의 핵심이었다. 단순히 오래 재워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온도, 습도, 원육의 품질까지 전부 맞아야 했다.
가게 위치도 전략적이었다. 왕십리역에서 도보 거리. 평일은 오후 4시부터 밤 10시, 주말은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했다. 돈마카세 코스(74,000원 720g)부터 단품 삼겹살, 목살, 김치말이국수, 매콤 눈꽃철판볶음밥까지. 한 끼 식사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을 파는 구성이었다.
주차는 건물 옆에 가능하고, 내부에는 넓은 홀과 프라이빗한 공간이 나뉘어 있어 가족모임이나 데이트에도 적합했다. “고기를 구워주는 서비스”가 기본이라 손님은 앉아서 먹기만 하면 됐다.
Q&A
Q1. 신주엽이 누구야?
1992년생으로, 2015년 7인조 보이그룹 엠크라운 멤버 “주엽”으로 데뷔했다. 그룹이 1년 만에 해체된 후 군 복무를 마치고 왕십리에서 돼지고기 숙성육 전문점 ‘삼십육’을 창업해 운영 중이다.
Q2. 엠크라운이 왜 해체됐어?
2015년 10월 데뷔했지만 음원 차트 성적이 전무했고, 소규모 기획사의 한계로 방송 출연 기회도 거의 없었다. 2016년 공식 해체됐으며 정확한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Q3. 삼십육 고깃집이 유명해진 이유가 뭐야?
336시간 저온 숙성 돼지고기라는 차별화된 방식, 배우 김희선이 단골이라는 입소문, 그리고 전직 아이돌 사장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서비스가 겹치면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Q4. 삼십육 고깃집 가격대는 어떻게 돼?
삼겹살, 목살 180g 기준 18,000원이고, 돈마카세 코스는 540g 56,000원 / 720g 74,000원이다. 김치말이국수(8,000원), 철판볶음밥(10,000원) 등 사이드도 있다.
Q5. 트와이스와 같은 해에 데뷔했다는 게 사실이야?
맞다. 엠크라운은 2015년 10월 20일, 트와이스는 2015년 10월 20일 데뷔했다. 정확히 같은 날이었다. 10년 후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자주 비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