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찹사라다 카피캣 논란, 1500원 사라다빵 하나가 법정 싸움까지 간 전말
케이찹사라다. 1500원짜리 사라다빵 하나로 전국에 40개 넘는 매장을 깔았다. 줄 서서 먹었던 사람들은 몰랐다. 이 빵 하나가 6억 원짜리 소송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걸.
6억 투자한 빵을 두 달 만에 누가 복사했나
2025년 11월, 명랑핫도그를 만든 명랑시대가 새 브랜드 쏘쏘사라다를 부산에서 열었다. 핫도그만 10년 팔아온 회사가 처음으로 막대 없는 빵을 냈다. 둥근 도넛 형태에 속재료를 가득 채운 사라다빵이었다. 6개월 동안 빵 배합만 수백 번 테스트했고, 포장 박스도 전문 업체와 도면을 수십 번 수정해 만들었다. 투자비만 5~6억 원이었다.
그런데 2026년 1월, 대구에 거의 똑같은 매장이 생겼다.
케이찹사라다였다. 둥근 빵, 오픈형 포장 박스, 빵 위에 꽂는 메뉴픽, 심지어 “가장 맛있는 오늘, 가급적 꼭 오늘 안에 즐겨주세요”라는 안내 문구까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명랑시대 직원들도 두 브랜드 제품을 섞어놓으면 어느 쪽인지 구분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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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가 11개일 때 카피는 왜 28개였을까
보통 모방 브랜드는 원조보다 천천히 따라간다. 그런데 이번엔 반대였다. 쏘쏘사라다가 전국에 1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때, 케이찹사라다는 이미 28개를 넘겼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원조보다 짝퉁이 더 많은 거 실화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속도의 비밀은 간단했다. 쏘쏘사라다는 매장에서 직접 밀가루 반죽을 튀겨 빵을 만들었다. 케이찹사라다는 공장에서 만든 냉동생지를 매장으로 보냈다. 공정이 단순하니 매장을 더 빨리 열 수 있었다. 가맹비 문턱도 낮았고, “1500원 사라다빵”이라는 가격표는 예비 창업자에게도 매력적이었다.
문제는 이런 폭발적 확장이 정보공개서 등록 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프랜차이즈 본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뒤에야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다. 만약 이 절차를 건너뛰었다면, 가맹점주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다.
빵 이름도 남의 것이었다고?
케이찹사라다라는 이름 자체도 논란이었다. ‘케이첩(K-CHUP)’이라는 브랜드가 이미 존재했기 때문이다. 순창 고추장 기능보유자의 딸이 2021년에 상표등록을 마친 한국 장 소스 브랜드였다. 미쉐린가이드 선정 레스토랑 2곳을 운영하고, 미국과 일본에 수출까지 하는 회사였다.
케이첩 대표 유지영 씨는 면세점과 백화점에서 자사 제품이 케이찹사라다와 혼동되고 있다며 상표 이의신청을 걸었다. 빵 모양을 베낀 것도 모자라, 이름까지 기존 브랜드를 가져다 쓴 셈이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케이찹사라다의 마스코트 캐릭터도 미국 외식 브랜드 ‘더 민 토마토(The Mean Tomato)’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빵도, 상자도, 이름도, 캐릭터도 전부 의혹이 걸린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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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그린은 왜 “우리가 원조”라고 했을까
고소를 당한 케이찹사라다 운영사 함께그린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쏘쏘사라다를 베낀 적 없다”는 입장이었다.
함께그린의 주장은 이랬다. 2023년 6월에 법인을 설립했고, 이전에 ‘엘리스도넛’이라는 도넛 사업을 하며 둥근 냉동생지를 이미 다루고 있었다. 포장 박스도 당시 도넛 사업에서 쓰던 것을 참고해 만든 것이라고 했다. 김지태 이사는 “동그란 형태의 냉동생지를 활용해 속재료를 넣는 방식으로 개발한 독자 브랜드”라고 주장했다.
함께그린은 한 발 더 나갔다. 명랑시대를 상대로 업무방해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도 청구했다. “카피캣 논란으로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봤으니 그 책임은 명랑시대에 있다”는 논리였다.
두 회사가 서로를 고소하는 전면전이 됐다.
2017년 핫도그 때는 왜 소송이 없었을까
사실 명랑핫도그에게 카피캣은 처음이 아니었다. 2017년 핫도그 열풍 때 유사 브랜드가 13개나 생겼다. 1년에 700개씩 매장을 열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고소를 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핫도그는 긴 빵에 막대가 꽂힌 형태라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모양이었다. 특허를 걸기 어려웠다. 게다가 F&B 업계 유행은 짧아서, 미투 브랜드들은 알아서 사라졌다.
그런데 이번 사라다빵은 상황이 달랐다. 지름 9cm, 두께 5cm짜리 둥근 빵은 시장에 없던 형태였다. 포장 박스도 참존박스라는 전문 업체와 장기간 협업해 만든 독창적인 설계물이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형태”라고 보기 어려운 요소들이 쌓여 있었다.
명랑시대가 9년 만에 처음으로 법적 대응을 선택한 건, “이번엔 증거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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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중에 해외 진출까지 발표한 배짱
보통 카피캣 의혹을 받으면 조용히 숨는다. 케이찹사라다는 정반대였다.
2026년 4월 말, 함께그린은 “호주에 6월 매장을 연다”고 발표했다. 일본, 대만, 베트남, 필리핀까지 해외 진출 계획을 공식 언론에 뿌렸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고소당한 브랜드가 글로벌 진출이라니 무슨 배짱이냐”는 반응과 “오히려 자신이 있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이 움직임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내 소송과 별개로 해외 시장에서 먼저 브랜드를 깔아놓겠다는 전략. 다른 하나는, “우리는 떳떳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었다.
어느 쪽이든 확실한 건 있었다. 이 논란 사이에 끼인 가맹점주 28명은, 자기 매장 이름이 뉴스에 “카피캣”이라고 나오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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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피해는 누구한테 돌아가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미투 브랜드가 등장하면 시나리오는 거의 정해져 있다. 원조가 고소한다. 미투가 버틴다. 소송이 길어진다. 그 사이에 유행이 지나간다. 매출이 떨어진다. 본사는 상표를 바꾸거나 사업을 접는다. 퇴직금과 대출금을 쏟아부은 가맹점주만 남는다.
이번에도 같은 그림이 반복될 수 있었다. 명랑시대 관계자의 말은 직설적이었다. “원조인 줄 알고 계약한 소상공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빚더미에 앉는 비극이 반복되는 현실을 막겠다.”
한국 외식업 시장에서 무형의 아이디어가 보호받기란 여전히 어렵다. 소프트리가 밀크카우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졌고, 이차돌이 일차돌을 이긴 사례는 예외에 가까웠다.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모른다.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1500원짜리 빵 하나의 결말이, 앞으로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선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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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Q1. 케이찹사라다와 쏘쏘사라다는 같은 회사인가?
아니다. 쏘쏘사라다는 명랑핫도그를 만든 명랑시대 소속이고, 케이찹사라다는 함께그린이라는 별도 법인이 운영한다. 두 회사 사이에 자본 관계도 없다.
Q2. 케이찹사라다가 정말 베낀 건 확정된 건가?
아직 아니다. 명랑시대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이고, 수사기관의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함께그린은 독자 개발이라고 반박 중이다.
Q3. 지금 케이찹사라다 매장에서 사먹어도 되나?
매장은 정상 영업 중이다. 법적 분쟁은 브랜드 간의 문제이지, 제품 안전성과는 관계가 없다.
Q4. 케이첩(K-CHUP)이라는 소스 브랜드와 케이찹사라다는 관련 있나?
없다. 완전히 다른 회사다. 케이첩은 2021년에 상표등록한 한국 장 소스 브랜드인데, 케이찹사라다가 유사한 이름을 쓰면서 상표 이의신청 분쟁이 생겼다.
Q5. 소송 결과는 언제 나오나?
형사 고소 절차가 진행 중이라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유사 사건들의 예를 보면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