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도 여행, 배 타고 1시간 20분이면 닿는 ‘시간이 멈춘 섬’의 정체

고대도가 190년 전에 이미 유명했던 황당한 이유

고대도. 충남 보령 앞바다에 떠 있는 면적 0.92㎢짜리 작은 섬이다.

그런데 이 섬이 1832년에 이미 국제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독일 선교사 칼 귀츨라프가 영국 상선 로드 애머스트호를 타고 이 섬에 정박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20일간 머물면서 한 일이 흥미롭다. 한문 성경을 나눠주고, 감기 환자 60명에게 서양 약을 처방하고, 감자를 심어줬다.

왜 하필 고대도였을까.

당시 로드 애머스트호는 통상을 요구하며 서해안을 올라가다가 안전한 정박지가 필요했다. 고대도의 안항은 수심이 적당하고 파도를 막아주는 지형이었다. 배를 세우기 좋은 곳이었던 거다. 선교사의 거룩한 뜻 이전에, 선장에게는 배를 안전하게 댈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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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고대도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조용한 곳에 정박하고 싶다”는 욕구로 움직인다. 190년 전이나 지금이나, 결국 사람들은 파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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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성지라는 타이틀 뒤에서 벌어진 영토 싸움

고대도 하면 “한국 최초 개신교 선교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이게 논란이 있었다.

2023년 기독교한국루터회 소속 연구위원들이 “귀츨라프가 실제로 선교 활동을 한 곳은 고대도가 아니라 원산도”라고 주장했다. 귀츨라프 일기에 등장하는 ‘간갱’이라는 지명이 원산도와 더 부합한다는 거였다. 조선왕조실록, 일성록, 비변사등록 등 조선 측 기록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런데 왜 고대도가 선교 성지로 먼저 자리 잡았을까.

여기서 인간의 욕심이 보인다. 대구동일교회가 고대도에 선교센터를 짓고,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스페인 아티스트의 조형물까지 세웠다. 보령시도 함께 예산을 투입했다. 이미 건물이 올라가고 축제가 열리는 상태에서 “사실 옆 섬이에요”라는 말이 쉽게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결국 양쪽 섬 모두에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역사적 사실과 기득권 사이에서 타협이 이뤄진 셈이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두 섬 모두 방문할 이유가 생긴 거니까 나쁘지 않다.

바지락 캐면 한 달 100만 원, 못 사는 사람이 없다는 섬

고대도에 실제로 살고 있는 주민은 약 60가구, 120명 정도다.

이 작은 섬에서 “못 사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유가 단순하다. 마을 공동 바지락 양식장이 있어서 4월부터 12월까지 캔 만큼 개인 소득이 된다. 한 달 평균 100만 원 이상. 남자들은 낙지와 소라를 추가로 잡아서 더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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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이 섬 주민들이 “회가 먹고 싶으면 대천에서 배편으로 주문해서 받는다”는 점이다. 바다 한가운데 살면서 회를 택배로 시켜 먹는다. 섬에서 잡히는 건 바지락, 낙지, 소라 같은 갯것이지 횟감용 생선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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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도랑 같이 도는 게 진짜 꿀조합인 이유

고대도만 단독으로 가면 솔직히 2시간이면 다 본다. 섬이 작으니까.

그래서 경험자들이 추천하는 방법은 “삽시도 + 고대도 1일 2섬 코스”다. 오전에 삽시도 둘레길을 걷고, 오후 1시 50분 배를 타면 장고도를 경유해 2시 40분에 고대도에 도착한다. 고대도 출항 시간(오후 4시 55분)까지 약 2시간 20분. 5.5km 둘레길을 한 바퀴 돌기에 딱 맞는 시간이다.

핵심은 여객선 시간표를 역산해서 일정을 짜는 거다.

배가 하루 3번밖에 없으니 이걸 못 맞추면 섬에서 하룻밤을 자거나, 반대로 30분만 보고 나와야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고대도 다녀왔는데 배 시간 때문에 제대로 못 봤다”는 후기가 꽤 올라온다.

대천항에서 고대도까지 1시간 20분. 신한해운 ‘가자섬으로호’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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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를 모르면 바지락 체험은 꿈도 못 꾼다

고대도 바지락 체험을 하려고 갔는데 물이 안 빠져서 그냥 돌아온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갯벌이 드러나는 간조 시간에 맞춰야 조개를 캘 수 있다. ‘바다타임’ 같은 사이트에서 고대도 물때표를 미리 확인하면 된다. 간조 시각 전후 2시간이 체험 가능 시간이다. 이걸 배 시간표와 동시에 맞춰야 하니까 계획이 필요하다.

바지락 체험은 마을 어촌계에 사전 신청해야 한다. 가격은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만 원 내외. 호미와 바구니는 대여해주는 경우가 많다.

체험 말고도 해루질(야간 갯벌 채집)이나 낚시도 가능하다. 주꾸미, 갑오징어 시즌에는 도보 낚시가 인기였다.

등대 역할을 했던 십자가, 불 꺼질 뻔한 사연

고대도에는 1989년에 세워진 십자가가 하나 있었다. 높은 곳에 세워진 이 십자가에 불을 켜두면 안면도 쪽에서 오는 배들이 방향을 잡는 등대 역할을 했다. 주민들도 먼바다에서 돌아올 때 이 불빛을 보고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십자가가 부식되고 방치되면서 철거될 위기에 놓였었다. 대구동일교회가 개보수 비용 전액을 부담해서 더 큰 십자가(가로 2.56m, 세로 4.36m)로 교체했다. 첨탑 높이도 14.36m로 높였다.

종교 시설이자 실제 항해 보조 시설. 이 이중적 기능이 고대도 십자가가 철거되지 않고 살아남은 이유였다. 순수한 신앙심만으로는 유지보수 비용이 나오지 않는다. “이건 등대이기도 합니다”라는 실용적 명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주의할 점 몇 가지

고대도에는 상업 시설이 거의 없다. 식당 1곳, 슈퍼 1곳이 전부다. 카페와 방문객센터가 생기긴 했지만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는 당연히 없다. 도시락이나 간식을 챙겨가는 게 좋다.

숙소는 민박 2~3곳이 있지만 사전 예약 필수다. 국유지가 80% 이상이라 새로운 숙박 시설이 들어서기 어려운 구조다. 성수기에는 방을 못 잡을 수 있다.

차량은 소형 10대 정도 주차 가능하지만 섬 안에서는 도보로 이동한다. 차를 가져갈 이유가 딱히 없다.

날씨가 나쁘면 배가 결항된다. 출발 당일 아침에 신한해운(041-934-8772)에 운항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Q&A

Q1. 고대도 배편은 하루 몇 번 있어?
연중 운항은 아침 7시 20분 1회. 4~9월에는 13시, 16시 추가 운항(토·일 불기항 구간 있음). 계절별로 다르니 신한해운 홈페이지에서 최신 시간표를 확인해야 한다.

Q2. 고대도 당일치기 가능해?
가능하다. 첫 배(7:20)로 들어가서 오후 배(14:30 또는 16:55)로 나오면 된다. 삽시도와 연계하면 더 알차다.

Q3. 바지락 체험은 아무 때나 돼?
안 된다. 간조 시간에만 가능하고, 마을 어촌계에 사전 신청해야 한다. 물때표를 미리 확인하고 가야 한다.

Q4. 고대도에 먹을 곳 있어?
식당 1곳(예사랑), 슈퍼 1곳 있다. 선택지가 없으니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사전에 식사 가능 여부를 전화로 확인하는 게 좋다.

Q5. 고대도 둘레길 난이도는?
전체 5.5km, 약 1시간 40분 소요. 난이도 하. 경사가 심하지 않아 가벼운 운동화면 충분하다.


참고 자료

  1. “푸른 바다·청정 자연 어우러진 보령 섬여행 떠나세요” – 뉴시스 (2025.08) – 보령시 섬 여행 종합 안내
  2. “한국 최초 선교사 귀츨라프 생전 선교지는 원산도” – 국민일보 – 선교지 논란 관련 심층 보도
  3. 보령의 섬, 여름 끝자락 힐링 여행지로 주목 – 아이뉴스24 – 원산도·삽시도·장고도 찾아가고 싶은 섬 선정
  4. 최초 개신교 선교사 귀츨라프 선교지, 고대도 아닌 원산도 – 크리스천투데이 – 학술세미나 발표 내용
  5. 나의 오랜 친구들, 보령 섬 삼총사 – 트래비 매거진 – 삽시도·장고도·고대도 연계 여행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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